에릭 다이어,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다치거나 부진하지 않는다면 김민재에게 기회가 갈 가능성은 없다. 이제 김민재의 자리는 벤치다.
바이에른 뮌헨은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다름슈타트와 맞붙는다.
경기를 앞두고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 나섰다. 최근 뮌헨은 주전 센터백 라인이 바뀌었다. 시즌 중반까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가 붙박이 주전이었는데, 최근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나온다.
독일 내에서도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투헬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이 직접 김민재의 벤치행을 예고한 셈이다. 다름슈타트전도 선발에서 밀린다면 김민재는 3경기 연속 벤치에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13일 “투헬 뮌헨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패배자들이 생겨났다”며 주전에서 밀린 6명의 선수를 공개했다. 우파메카노, 에릭 막심 추포-모팅, 브라이언 사라고사, 누사이르 마즈라위, 사샤 보이와 함께 김민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민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매체는 “김민재는 투헬 감독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지난 4경기 중 3경기나 벤치에 앉아있었다”며 “투헬 감독은 지난해 여름 나폴리 수비수였던 김민재를 5,000만 유로를 들여 데려왔다. 그와 계약하려고 여러 차례 전화 통화까지 했다. 꿈의 선수를 설득했었다”고 돌아봤다.
영국도 가세했다. 13일 영국 매체 ‘풋볼트랜스퍼’는 “리흐트가 김민재를 벤치로 몰아내면서 바이에른 뮌헨 주전 중앙 수비 자리에 돌아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고 마인츠전에선 토마스 밀러 득점을 도왔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더 리흐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규모 이적을 날렸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올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치오와 16강 2차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김민재의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투헬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김민재가 아닌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을 내세웠다.
공교롭게 이들이 결과물을 내놓았다. 다이어는 라치오를 상대로 기량을 발휘했다. 96%의 높은 패스 성공률(85/89)을 과시하며 김민재가 도맡았던 후방 빌드업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상대와 지상 및 공중 경합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클리어링 3회, 가로채기 2회가 말해주듯 경기 흐름을 읽고 수비하는 능력이 빼어났다. 다이어와 함께 후방을 지킨 더 리흐트의 경기력도 살아났다.
그 연장선으로 분데스리가 마인츠 05전도 준비했다. 투헬 감독은 마인츠와 경기 직전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을 통해 “김민재에게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지금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럴 때도 있다”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앞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러봤다. 그래서 조합을 고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투헬 감독이 봐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의 호흡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고 김민재의 3옵션 하락을 인정했다.
신뢰를 받아선지 다이어는 내용과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마인츠를 상대로 파이터형도 가능한 센터백이라는 걸 보여줬다. 라치오전만 하더라도 수비수치고 이례적인 경합 0회를 남겼는데 마인츠전은 달랐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지상 경합 성공률 100%(4/4)과 공중 경합 성공률 100%(1/1)를 자랑했다.
그밖에도 92%의 패스 성공률(46/50), 클리어링 3회, 리커버리 6회, 롱패스 성공 5회 등으로 공수 활약이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풋몹은 7.4점의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소파 스코어’는 7.2점,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같은 평가로 호평했다.
반면 김민재의 출전 시간은 확 줄었다. 이날은 후반 30분 다이어의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들어가는 다소 굴욕적인 면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후반 45분 마인츠의 크로스 시도를 제공권 경합으로 이겨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 경쟁의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은 많지 않았다.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에 뽑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뮌헨을 떠나있는 기간에 본격적으로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이 가동됐다. 꽤 호흡이 쌓이자 이제는 승리 파트너로 굳어지고 있다. 김민재는 예상치 못한 3옵션으로 밀려 주전 경쟁에 뛰어들 기회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선발로 호흡을 맞춘 5경기에서 뮌헨 실점은 5골에 불과했다. 결과는 모두 뮌헨의 승리. 김민재는 아시안컵에서도 돌아온 뒤 4경기에 나섰고, 무려 9실점을 했다. 김민재에게 ‘혹사 논란’ 일던 시즌 초중반 뮌헨의 승률은 좋지 않았다.
투헬 감독 말대로 지금으로선 주전 라인업을 바꿀 이유가 없다. 김민재로선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이 흔들리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