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은 어떻게 선임되었는가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2월 공식 채널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에 독일 출신의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기간 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선임했는지 알 길이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6년 감독 커리어 이후, 2020년 헤르타 베를린 SNS 사퇴 촌극을 겪은 뒤, 유럽 무대는 물론 어떤 팀에서도 러브콜을 받지 못한 감독이었다. 그러나 KFA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인사 프로세스가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정몽규 KFA 회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을 선임하기 위해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선임 기준,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의 어떤 면을 보고 데려왔는지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었다.
역행이다. 6년 전 벤투 감독 선임 당시 홍명보 전 KFA 전무,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함께 벤투 감독의 선임 배경과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며 납득시켰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선 이러한 프로세스는 전혀 작동되지 못했다.
무책임한 ‘인사 프로세스’는 결국 축구 팬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산업은 벤투 감독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1년 넘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팬들이 늘어났고, K리그 산업도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정몽규 KFA 회장의 이러한 독단적인 체제로 인사 프로세스는 작동이 없었고, 결국 독단적으로 선임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부임 소식에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팬들이 많았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그의 불성실한 태도와 전술적 부족함 때문이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지난 12일 “클린스만과 한국의 끔찍한 아시안컵 속사정 : 전술, 여행, 그리고 너무 많은 미소”라는 제목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행태를 꼬집었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같은 스타들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는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과는 달리 한국에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태는 이미 미국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논란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다. 당시에도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우선 팀의 레전드 격 선수인 랜던 도노반을 월드컵 명단에서 제외했고, 지금과 유사하게 전술적으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디 애슬래틱’은 “클린스만 감독이 이전 미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와 특이한 유사성이 있다. 그는 미국 대표팀 감독직을 2016년 11월에 떠났다. 그 당시 미국은 월드컵 지역 예선 조 꼴지로 코스타리카에 0-4로 패하며 경질됐다(이후 미국은 브루스 아레나 감독이 대신 팀을 맡았지만,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자만심이 강하고 전술적인 아이디어를 자주 변화하며, 선수들을 자리에 맞지 않게 배치하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전설적은 도노반은 2014 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그는 동기 부여 연설과 요가 수업뿐만 아니라 종종 빠르게 벌려지는 다양한 전술적 아이디어를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카일 마르티노는 ‘디 애슬래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것을 직접 보았고, 훈련 세션은 모순됐다. 혼란스러웠고, 명확하지 않았으며, 경기를 준비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당일까지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서 뛰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는 필림 람이 자신의 자서전에 썼던 내용과 일치한다. 람은 ‘훈련에서 체력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전술적인 부분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 전에 선수들이 모여서 어떻게 경기를 할지 논의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썼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한국 대표팀 부임 이후에도 여러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상황을 모면했다.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3월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인터뷰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라는 좋은 기회를 받아서 영광스럽고,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임무를 잘 수행하고 싶다. 한국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카타르 월드컵에서 차두리 코치와 함께 TSG 그룹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한국의 모든 경기를 챙겨봤다. 한국은 그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울리 슈틸리케, 파울루 벤투까지, 좋은 지도자들이 팀을 잘 만들었다.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서 포르투갈, 독일을 이긴 경험이 있는 좋은 팀이다.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선임 전부터 나왔던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3월 콜롬비아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 페루, 엘살바도르 그리고 웨일스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경기 동안 매번 비슷한 라인업과 전술적 색채가 보이지 않으며 계속해서 의구심을 샀다.
여기에 외유 논란까지 터지며 팬들은 등을 돌렸다. 잦은 해외 출장, 해외 방송 출연, K리그는 살피지 않는 모습, 매번 비슷한 소집 명단과 선발 명단 등 다양한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그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향하는 여정 속 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9월 A매치 상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다. 당시 조규성의 헤더 결승골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이후 튀니지,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대승을 챙기며 비판 여론은 잠잠해졌다.
졸전 거듭하며 4강에서 탈락한 클린스만호
곯았던 문제는 결국 본선에서 터졌다. 클린스만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한 조에 묶였다. 바레인전 3-1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내용 면에서 졸전을 펼치자 비판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토너먼트 진출 이후에도 변화는 없었다. 한국은 16강 사우디아라비아, 8강 호주를 상대로 먼저 실점을 내준 뒤 극적으로 극장골을 만들어 연장 승부를 펼쳤다. 사우디를 상대로는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로 가까스로 8강에 올랐다. 호주를 상대로는 손흥민의 개인 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요르단전 참패를 당했다. 이미 2경기 연속 120분을 치른 선수단에게 왕성한 활동량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결국 한국은 유효 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0-2로 무릎을 꿇었다.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손흥민부터 시작해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역대급 황금 라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부터 졸전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비판을 받았다. 색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총 6경기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싶은지,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지향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클린스만 감독은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다. 경기 종료 후 요르단 후세인 아무타 감독과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눴다. 경기 종료 후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 팀을 축하해 주고 존중하는 의미다. 오늘같이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하면 당연히 축하해 줘야 한다. 상대가 잘했을 때 받아들이고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면,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저 상대가 더 잘했고 축하해주는 것도 지도자로서 패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런 의미로 악수하고 인사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요르단에게 축하까지 건넸다. 그는 “너무 아쉽고 나의 목표는 결승에 진출하는 거였는데 아쉽다. 요르단 같은 경우 경기장에서 보여준 투쟁심은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는 팀이다. 운동장 나오기 전에도 절대 1:1 싸움에서 지지말자. 시작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초반 30분 뒤지면서 어렵게 가져갔다. 실점도 하며 어렵게 했다.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득점 못하며 어려워. 아쉬운 마음크다. 요르단 충분히 자격 있는 팀, 축하한다는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삼았던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4강 탈락은 곧 실패였다. 하지만 그는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로 감독으로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고 원했던 목표 못 하면 분석하고 책임져야 한다. 더 많은 분석을 하고 더 많은 경기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많은 드라마도 썼다고 생각한다. 사우디전도 호주전도 피말리는 경기하고 그 경기들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오늘 경기는 이런 패배,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요르단이 상대팀이지만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우리 어려운 조였는지, 바레인도 올라왔다. 목표 못 이뤘기에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 해야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고 분석하고 더 보완해야 하는 논의할 점이 필요하다. 어쨌건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 예선 치러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 더 잘 준비하는 게 현재로선 시급한 것 같다”라며 미래를 내다봤다.
경질 여론 대두 속 사퇴는 없다고 못 박은 클린스만
부정적인 여론 속에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장에서 손을 흔들며 나왔다. 귀국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첫 질문은 매우 날카로웠다. 감독으로서의 자격과 사퇴 여부에 대한 물음이었다. 진지하고 날카로운 질문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특유의 웃음과 함께 “나이스 퀘스천”이라고 입을 열었다.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도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행동과 말이었을 것이다.
경질이 없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지속적인 해외 출장을 마주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부임 직후 한국에 거주하지 않았다. 잠시 들렸다 곧바로 해외 출장을 핑계로 비행기를 탔다. 여전히 의문이 남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을 점검하러 떠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말레이시아를 분석한다고 동남아로 향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3 졸전을 펼치며 가까스로 비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대체 가서 뭘 분석했고, 어떤 점을 느꼈기에 가까스로 무승부의 결과를 낳았는지 알 길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것.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주쯤 지금 출국을 할 예정이다. 가서 좀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에 일단은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선수, 손흥민 선수, 김민재 선수나 또 다른 선수들의 지금 일정을 보고 경기를 볼 예정이다”라면서 “저의 일하는 방식,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은 이 팀을 이끌면서, 이끌고 있어서 상당히 행복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저도 여러분들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저희 선수들과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결과를 가져오고, 또 좋은 경기와 결과로 보답을 드렸다.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만났을 때는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요르단이 결승에 진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팀이었다”라며 갑자기 요르단의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어 “요르단과의 경기 전까지 1년 동안 대표팀 감독 부임하면서 13경기 무패라는 경기 결과들도 있었다.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또 개개인 선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겠지만, 저희가 좋았던 점들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코앞에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목표하고 강조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4강도 실패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그는 “대회 4강에 올라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그런 대회였는지 몸소 느꼈다. 중동에서 개최하다 보니까 많은 동아시아 팀들이 저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중동 팀들이 현지에서 홈경기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경기를 진행하면서 얼마나 감정적으로 많은 힘을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일본, 중국과 비교를 하기도 했다.
또한 “하지만 어쨌든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저희 선수들도 칭찬해주고 싶다. 저희가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국민께서, 또 현장에서 많은 한국 축구 팬분과 미디어가 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사실은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만큼 저도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 너무나 우승을 하고 싶었다.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좀 생각을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최악의 경기력과 졸전을 거듭하면서 팬들은 등을 돌렸다. 특히 요르단에 유효 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패하면서 경질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도통 이유를 모르는 눈치다. 그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난 1년 동안의 저희의 그런 성장 과정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저희가 또 성장하고,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 제가 부임한 후 지난 1년 동안 어린 선수들을 조금씩 또 팀에 합류를 시키면서 출전 시간도 더 많이 가져갔다. 앞으로 다가올 북중이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직접적으로 밝혔다.
계속해서 “이러한 감정적인 부분 축구를 통해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희노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그리고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극적인 승부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또 행복해하셨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큰 기대를 하셨을 거고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언론에서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당연히 대회에서 이렇게 패배를 안고 돌아오게 되면, 탈락하게 되면 당연히 여론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정몽규 회장과 대화는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몽규 회장님과는 현지에서 두 번의 만남을 가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특히 대회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대회를 치르면서 저희가 봤던 또 긍정적인 그런 얘기들도 많이 했다. 앞으로 어떻게 저희가 준비를 해야 할지 그리고 당장 지금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앞으로 저희가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까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팬들은 “이게 축구야!”, “Go Home” 등 불만을 터트렸고, 엿을 던진 팬도 있었다.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9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역대급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뻥’ 축구, ‘해줘’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을 국가대표 서포터즈 ‘붉은 악마’ 회원이자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아시안컵 우승을 공언하고 결과로 평가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부 기사에서 위약금이 68억 원이라고 하는데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북중미월드컵도 불안하고,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무색무취의 전술과 경기력 때문에 기대감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해당 글은 현재 내려간 상태다.
들끓는 경질 여론 속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떠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8일 귀국 인터뷰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주쯤 출국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고작 이틀 만에 한국을 떴다. 8일 늦은 저녁 입국해 9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10일에 떠났다.
결국 아시안컵 평가와 리뷰는 수장이 직접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진행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패배 직후 “지도자와 감독으로서 대회를 마무리하고,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분석하고 책임져야 한다. 더 많은 분석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경기를 되돌아봐야 한다. 세밀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적어도 한국에서 아시안컵 리뷰 및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미팅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할 줄 알았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면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대표팀 운영 전반적인 부분이나 이번 대회에 대한 검토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선 협회 쪽 관계자들과 이번 대회와 관련된 미팅을 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마저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회 리뷰는 감독 없이 진행해야 하고, 지난 1년 간의 평가 역시 클린스만 감독 없이 진행해 통보해야 한다. 협회 내부에서 내린 자신에 대한 평가를 귀담아 들을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리뷰도 없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꾸준하게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했다. 결과적으로 우승에 실패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검토하고 새로운 플랜을 짜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전부 내팽개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2일 KFA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아시안컵 관련 미팅을 실시했다. 해당 자리 이후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의견을 모아 정몽규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