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드디어 변화된 대표팀 발표

황선홍 감독, 드디어 변화된 대표팀 발표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새 감독은 ‘임시 감독’이었고, ‘임시 감독’ 데뷔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전 명단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황선홍 임시 감독은 과감했다. 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물의를 일으킨 이강인을 다시 품었고 번번이 대표팀에 낙마했던 ‘비운의 득점왕’ 주민규에게 생애 첫 태극 마크를 안겼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황 감독이 발표한 대표팀 명단은 지난 2023년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선수 중 무려 12명이 빠졌다. 다만 황희찬과 김승규는 부상으로 제외됐고 김지수와 양현준은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즉 특별한 사유 없이 황 감독이 정해 놓은 선수 선발 원칙에 따라 이번 소집 명단에서 빠진 선수만 무려 8명. 정승현, 박용우, 김태환, 이기제, 김주성, 오현규, 이순민, 문선민 등이다.

황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대동해 K리그가 막을 올린 1일 전북현대와 대전하나시티의 경기를 시작으로, 2일 광주FC-FC서울전, 9일 수원FC-전북전, 그리고 명단 발표 하루 전인 10일 FC서울-인천유나이티드전까지 현장에서 지켜봤다. 심지어 지난 5일엔 울산HD와 전북현대가 경기한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현장까지 찾았다. 사실상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경기장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 결과 울산HD 공격수 주민규와 측면 수비수 이명재, 그리고 광주FC 미드필더 정호연이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태극 마크를 달았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 그리고 2022년 공동 최다득점(경기당 득점 기준으로 공식 득점 2위)에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도 전임 감독이었던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번번이 외면받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상대 골문을 향한 활약을 이어갔다. 황 감독이 경기장을 직접 찾은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지 못했으나 한국 축구사에서 ‘전설적인 골잡이’로 불리는 황 감독은 주민규에게 손을 내밀었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주민규를 발탁한 이유를 묻는 말에 황 감독은 “축구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득점력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리그에서 50골을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짧게 답했다.

울산 원클럽맨인 왼쪽 측면 수비수 이명재는 설영우와 함께 울산 좌우 측면 수비를 맡고 있다. 이른바 ‘택배 크로스’가 장점이라는 점에서 클린스만호에서 주전을 맡았던 이기제와 닮았다.

다만 아시안컵 당시 이기제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제한됐던 것과 달리 이명재는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울산에서 꾸준하게 뛰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경기장을 찾은 두 경기에 모두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누볐고 전북과 경기에선 득점까지 터뜨려 황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주민규는 33세, 이명재 역시 30세다. 문서 또는 데이터로 파악했을 땐 젊은 선수들에 비해 후 순위로 밀려날 수 있는 숫자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본 황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숫자가 아닌 능력을 우선시했고 30대 베테랑 선수들에게 생애 첫 태극 마크를 안겼다.

떠오르는 미드필더 정호연 역시 첫 번째 성인 대표팀 발탁이다. 정호연은 돌풍의 팀 광주FC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즉 K리그 최고 전술가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정효 감독 전술 핵심으로 꼽힌다.

정호연은 지난 2일 황선홍 감독이 직접 찾은 FC서울과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기성용 등이 출전한 FC서울 중원을 상대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은 정호연에게 평점 8.0점을 매겼는데 이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이희균에 이어 팀 내 2위에 해당한다.

정호연은 황 감독이 ‘잘 아는’ 선수이기도 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백승호와 함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황 감독을 도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박용우를 대신해 태국과 경기에서 대표팀 허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원 중 한 명이다.

이외에도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인 엄원상과 아시안게임에서 주장 중책을 맡았던 백승호도 황 감독의 부름에 다시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엄원상도 황 감독이 현장을 찾은 두 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백승호는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영국 버밍엄시티로 이적해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현장을 누빈 황 감독의 행보는 유럽파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K리그 일정에도 잦은 해외 출장을 다녔던 클린스만 전 감독과 더욱 대비된다. 황 감독은 “시간이 많이 없어서 코칭스태프 선임 후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 예비 엔트리를 정했다. 2주에 걸쳐 코치진과 K리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관전했다”며 “해외에 있는 선수들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 컨디션과 포지셔닝 등 여러가지를 확인했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부상 선수를 제외한 23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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